퇴근 후
늘 늦게 귀가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초등학교 5학년 아들, 2학년 딸과 저녁을 먹고
평일미사, 레지오 주회, 꾸리아 월례회, 순방,
성전건립 회의, 준비 등
일주일 내내 정신없이 다니던 저녁시간을
오늘은 작정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있습니다.
늘상 아들과 딸, 둘만이 지키는 이 공간에
오늘은 아빠가 있어선지
딸은 정신없이 종알거리고
아들은 거저 왔다 갔다하다가
'아빠 오늘 또 나가?'
라는 질문만 몇 번했습니다.
맏벌이와 성당봉사로 바쁜 저녁시간에
늘상 아이 둘만 집에 둬서 걱정이였는데
뒤돌아 보니 아내만큼 성장한 아들과
아빠를 애인이라 생각하는 딸이 있습니다.
늘 불안해 하면서도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것은
햇�같은 주님과
양식같은 예수님과
털옷같은 성령께서
길러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니 저와 아들이 한 사령관을 모시고 있네요.
성모님의 자애가 아이들의 정서를 책임지고 계셨네요.
저녁시간 성당에 나가도 즐겁고
오늘처럼 집에서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네요.
김길수 교수님의
'하늘로 가는 나그네' 하권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순교자라고 하면 그냥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하였거니 했는데
그것은 소극적인 신앙이고
우리 선조들의 순교는 정말 영혼을 태우는
적극적인 피의 순교이였네요.
'나도 천주교 신자라고 죽여달라'했던
어느 배교자의 절규를 들었을때
저는 배교자보다도 못한 신앙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소파에 누워선지 제 두 귓가에
눈물이 가득 가득 고입니다.
저의 깊은 내면에서 수치스러움이 밀려나옵니다.
이것도 봉사라고 힘들어하고
불평불만을 표했던 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저녁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자고있는 두 아이들이 소중하고
지금 퇴근해서 내일 아이들의 소풍준비한다고 부산한
왠수(?)같은 아내가 소중하고
순교자들의 피를 알게된 시간이 소중하네요.
이 깊어가는 초 가을밤에
'천지의 창조주이신 주님께서 어떻게 저를 선택하셨을까' 라는
영광스런 이유를 알아봐야겠습니다.
fe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