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차 한 잔
찬미예수님, 분주했던 설 연휴가 오늘로서 끝이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설날 전날은 고향 선, 후배가 한자리에 모인 청년회(?)에 참석하여 오랜만에 쉰이 넘은 형님들과 서른이 넘은 동생들과 한자리에 모여 앉아 그 동안의 회포를 풀기도 했습니다. 설날 당일은 큰집과 우리집(고향집)을 들락거리며 세배와 차례를 지내고 오후엔 집안 어르신, 동네 어르신께 세배를 하였지요. 아직 시골 인심이 남아있어서 세배차 찾은 집마다 술상과 다과상이 어김없이 나옵니다. 손을 휘 저으며 거절을 해 보지만 "손님이 왔는데 어떻게 맨 입으로 보내나!" 하시는 말씀에 저의 손사레는 늘 공염불이 되어버립니다. 이집 저집 들락거리며 주섬주섬 먹어서인지 속은 미슥거리고 건네는 수인사로 피곤한 설날이 됩니다. 유스티노님 부모님댁에 들렀을 때는 "다른거 다 치우시고 커피 한 잔만 주이소~" 라고 했더니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공통적인 맛인 '커피믹스'가 커피 잔에 담아져 나옵니다. 또 다른 집에 들렀을 때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커피믹스 한 봉지에 물은 대지비(국거릇) 물이 부어져 보통양의 2배는 됩니다. 조금이라도 남길시는 "와 맛이 없나?" 라고 당장 반문이 들어옴을 알기에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들이켜야함 또한 질퍽한 고향 인심이지요. 옛날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명절날이 왜 이렇게도 빨리 닥치나" 하신 말씀... 그때야 어려운 살림살이에 그렇게 말씀하셨겠지만 이렇게 좋은 환경속에서도 저는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금전적인 부담도 많이되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피곤합니다. 무엇보다도 핵가족에 길들여져 있는 이 몸이 부모님과 어르신들 게다가 어린 조카들까지 가세하니 명절 몇 일간은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세상 둘도 없는 즐거운 설날입니다. 설날 저녁에 처갓집에 잠시들러 저녁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설날 당일은 이렇게 지나갑니다. 설 다음날이 당직이라 24시간 당직서는 시간이 오히려 쉬는 시간이 됩니다. 근무 후 토요일 아침에 퇴근하여 오전에 취침, 오후엔 성당에 들러 신부님께 세배하고 대부모님, 성당 어르신께 한바퀴 돌고나니 마흔 세번째 맞이한 설날이 지나갑니다. 아니 또 하나있습니다. 사순 1주일인 어제 일요일은 교중미사에 은총스런 독서를 하였고 미사후 신부님과 봉사자분들 모두 점심식사 차 친교의 시간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베드로회 참석... 저녁엔 또 외갓댁에 세배도 하고 외 조모님 제사도 지내고 아파트에 귀가하니 새벽 2시가 넘어 갔습니다. 이렇게 비로소 설 연휴가 지나갔습니다. 늘 그렇지만 즐거운 분위기와 명절을 지내고 나면 평소에 그렇게도 갈구하던 우리 주님은 어디로 갔는지 참 애석한 일입니다. 늘 힘들고 어려울때만 주님, 주님하니 저도 참 어지간히 부족한 당신의 피조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예수님의 십자가길을 묵상하며 사순절을 보내야겠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 카페가족 여러분들 모두에게도 복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fe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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