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오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황지우
1994년,
우연히 접했던 이 시가 너무 좋아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을때
이 시집을 찾기위해 몇 달간 서점을 뒤진 끝에
겨우 제 손으로 들어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청춘의 격변기는
잔잔한 호수가 성난 파도였음을 확인해 봅니다.
2007년,
오늘아침, 사랑하는 카페가족에게
한 편의 시를 올리기 위해
이렇게 다시 시집을 찾는 내 모습이
13년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진보를 가장한 퇴색이라 할까요.
생의 한가운데를 훌쩍 비켜선 지금에
작은 사랑에 아파하고 근거없는 외로움에 떨던
그때가 진정 깨끗하였노라고
자위해 봅니다.
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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