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영 상 시

뼈아픈 후회 / 황지우

봇데 2008. 2. 18. 11:06

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오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황지우 1994년, 우연히 접했던 이 시가 너무 좋아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을때 이 시집을 찾기위해 몇 달간 서점을 뒤진 끝에 겨우 제 손으로 들어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청춘의 격변기는 잔잔한 호수가 성난 파도였음을 확인해 봅니다. 2007년, 오늘아침, 사랑하는 카페가족에게 한 편의 시를 올리기 위해 이렇게 다시 시집을 찾는 내 모습이 13년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진보를 가장한 퇴색이라 할까요. 생의 한가운데를 훌쩍 비켜선 지금에 작은 사랑에 아파하고 근거없는 외로움에 떨던 그때가 진정 깨끗하였노라고 자위해 봅니다. fel